cafe western header

맥파이

목양칼럼
Author
trueheart
Date
2018-01-17 18:48
Views
659
“맥파이(Magpie)”

종종 열린공간에 새가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열린공간은 층고가 높아서 새들이 들어오기는 쉽지만 반대로 나가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2주 전 주일에도 새 한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순장 모임을 마치고 뒷정리를 하는데 29번 방 위로 난 유리창 안쪽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게 보였습니다. 맥파이(Magpie)였습니다. 까치 비슷한 외모에 산란기에는 사람을 공격하기도 하는 새입니다. “어떻게 할까?” 방학 중이라 그대로 두고 가면 일주일 동안 갇혀 있다가 죽을 게 뻔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를 밖으로 내보내고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출입문 7개 전부를 활짝 열어 놓고 테니스공으로 새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호주 오픈 우승자인 페더러라도 된 것처럼 구석구석 맥파이를 공략했습니다. 높은 곳에 앉아있는 맥파이가 낮은 곳으로 내려와 출입문을 찾을 수 있도록 유인했습니다. 하지만 맥파이는 도도했습니다. 날개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이 그리고 쿨링팬들을 피해 요리조리 날아다닐뿐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지만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공을 던졌습니다. 10분, 30분, 60분... 1시간이 넘어가자 지쳐버렸습니다. 맥파이도 지쳤는지 29번 방 문 앞에 내려와 가만히 서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제야 비로소 출입문이 열린 것을 발견했는지 총총 걸음으로 주변을 탐색하다가 이내 밖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마침내 해방, 자유를 찾은 것입니다.

열린공간을 나와 하늘로 날아가는 맥파이를 보면서 얻은 교훈이 있습니다. “아하, 힘을 빼야 길이 보이는구나!” 자기 힘만 믿고 높이 날 때는 보이지 않던 출구가 힘이 빠져서 낮은 곳으로 내려오니까 보인 것입니다. 애송하는 시가 떠오릅니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고은, ‘순간의 꽃’) 힘이 빠지는 것이 복입니다. 그만큼 하나님을 의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 정근수 목사
Total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