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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나눔] 목적지가 분명한 사람 (시 119:17-32)

말씀묵상
Author
lekayo
Date
2019-01-02 22:49
Views
1681
시의 의미는 내용과 형식이 만날 때 보다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말씀은 거대한 것을 다루는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가장 작은 것을 다루는 글자이기도 합니다. 오늘 본문을 통하여 성도의 삶은 하나님 나라의 의를 지향하는 거대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흙에 들러붙어 있음을 통감할 정도의 세세한 요소들이기도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시편 119편의 형식은 그 시편의 내용과 철저하게 결합되어 이러한 의미들을 드러내는 일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먼저 어떤 형식적 요소들이 있는지 살펴 보고 그러한 형식이 어떠한 내용을 강화하는 데에 기여하는지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로 정형적인 시행 구분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은 시편 119편의 3연과 4연에 해당합니다. 각 연이 8행(옥타브)으로 구성되어 있고, 시편 119편의 총 176절은 8행씩 22개의 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때 각 연은 의미상 다시 4행(쿼트레인)씩 각각 두 부분으로 나뉘어집니다. 먼저 3연을 보면 전반 4행에서는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만 나와 있으며 여기에는 시적 화자의 말씀에 대한 사모함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17-20절) 반면, 후반 4행에서는 하나님과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21-24절) 이 다른 사람들은 주의 계명에서 떠나기도 하고 나를 비방하고 멸시하면서 말씀을 깊이 사모하는 나와 분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이어서 4연에서는 다시 전반 4행을 통하여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에 집중합니다. (25-28절) 여기서는 말씀에 대한 사모함에 있어서 그 갈급함이 더욱 깊이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이어서 후반 4행에서는 다시 하나님과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암시됩니다. (29-32절) 3연과 4연을 묶어서 보았을 때 전체적으로 각각의 전반 4행은 그 내용이 심화되고 있고 (17절과 25절 비교) 후반 4행은 그 내용이 해소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21절과 29절 비교) 그러면서 3연과 4연의 마지막 행들은 모두 각 연의 최종 결론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4절과 32절) 이러한 형식적 요소들은 말씀을 사모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져 가며 다른 사람들의 비방과 멸시를 뒤로 하고 오직 주의 말씀에만 집중하기를 원하는 시인의 마음을 매우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형식적 요소는 각 행들이 댓구로 이루어진 점입니다. 댓구는 문장의 의미를 밝히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17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의 종을 후대하여 살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주의 말씀을 지키리이다." 이는 살게 해 주신다면 말씀을 지키겠다는 조건의 뜻이 아니라 살게 하여 주심으로써 말씀을 지킬 수 있게 해 달라는 간구입니다. 이 행에서 후대하다 >> 살게 하다 >> 말씀을 지키다의 순서로 단어가 전개됩니다. 이 때 “후대하다”와 “살다”의 관계가 후대하시는 것이 살 수 있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뜻인 것처럼, “살다”와 “말씀을 지키다”의 관계는 살게 하시는 것이 말씀을 지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뜻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댓구의 형식을 이해하면 시적 화자의 자기 의에 대한 오해도 풀 수 있습니다. 시편 119편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이 시에 등장하는 화자가 신약시대의 바리새인들과 같이 율법주의적 자기 의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의 각 댓구들 중 자기 자신에 대한 표현을 자세히 살펴 보기 바랍니다. 19절, 화자는 땅에서 나그네가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나그네로서의 삶의 고단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20절에서는 심령의 상함을 토로합니다. 22절과 23절에는 비방과 멸시에 처한 모습이 드러납니다. 25절에서는 그 영혼이 흙에 붙어 있음을 고백합니다. 28절에서는 영혼이 눌림으로 말미암아 녹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 시의 화자는 오히려 말씀의 거울에 비춰진 자신과 사회의 모습에 괴로워하고 힘들어 하는 나그네입니다.

셋째로 각 행별로는 동일한 의미의 어휘가 반복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시편 119편의 주제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이 거의 대부분의 행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어휘들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먼저 17절에는 어떤 단어가 들어 있습니까? “말씀” 입니다. 18절에는 “율법”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19절 “계명,” 20절 “규례,” 21절 “계명,” 22절 “교훈,” 23절 “율례,” 24절 “증거”가 각각 들어 있습니다. 25절부터 32절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씀,” “율례,” 법도,” “말씀,” “법,” “규례,” “증거,” “계명”이라는 단어들이 각 행마다 빠짐 없이 들어가 있습니다. 중복을 제거하면 말씀, 율법, 계명, 규례, 교훈, 율례, 증거, 법도(법, 도, 길), 여덟 가지입니다. 앞 서 각 연이 8행으로 구성된 것을 상기한다면 핵심 사상인 “말씀”을 여덟 가지 단어로 변주하는 것은 그 핵심 사상을 강조하기 위해 잘 짜여진 장치를 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시의 각 행은 개별적인 삶의 조건들을 의미합니다. 시적 화자가 기쁠 때에도 괴로울 때에도, 죽게 되었을 만큼 절망하였을 때에도 말씀을 중심에 두고 말씀에 의지함을 고백합니다. 그러한 고백과 함께 실제의 문장 내에도 항상 말씀과 관련된 단어들을 배열하여 그러한 고백을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글자 단위에서는 어떻습니까? 사실 시편 119편은 글자 단위에서 가장 두드러진 정형성을 드러내는 시입니다. 다만 이 시가 기록된 원래의 언어인 히브리어와 우리가 읽는 개역 개정의 번역본에 사용된 한국어가 서로 달라서 글자 단위의 정형성이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총 176절로 된 시편 119편에서총 22개의 연 구분이 가능한 것은 히브리어 원문에서 각 절의 가장 첫 글자가 8절씩 모두 같기 때문입니다. 아람어 문자를 차용한 히브리어 문자에는 모두 22개의 자음이 있습니다. 히브리어 자음의 순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어 자음의 순서와 유사합니다. 그리스어의 알파벳이 알파, 베타, 감마, 델타의 순서로 이어지듯이 히브리어 자음의 순서가 알렙, 베잇, 기멜, 달렛으로 이어집니다. 시편 119편의 1절부터 8절까지는 모두 알렙으로 시작하고 9절부터 16절까지는 모두 베잇으로 시작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 17절부터 32절까지는 그러므로 각각 앞의 8행은 기멜로 시작하고 뒤의 8행은 달렛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시에서는 히브리어 자음 22자가 모두 사용되어 시 전체의 구조를 직접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히브리어 22자는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삶을 전체성과 완전성에 있어서 유효하게 적용되어야 함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편 119편을 기록한 시인은 목적지가 분명한 사람입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디모데후서 3장에서는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 어려서부터 성경을 알았나니 성경은 능히 너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하느니라." (딤후 3:15) 우리의 목적지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경은 능히 우리로 하여금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살펴보았듯 시인이 말씀을 기록한 언어인 히브리어의 자소 단위까지 섬세하게 다루어 말씀에 대한 사모의 뜻을 강조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를 안전하게 우리의 목적지까지 인도하여 줄 이정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2019년 우리가 간절히 바래왔듯이 다시 한 번 말씀의 거울에 비추어 우리의 신앙 고백을 새롭게 하여 목적지가 분명한 사람이 되는 일에 있어서 진일보 하는 그러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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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하나님 아버지,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 하신 말씀을 기억합니다. 말씀 앞에서 말씀을 거울로 삼아 말씀에 기반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함께 하여 주시옵소서. 지혜가 부족할 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옵나니 차고 넘칠 만한 지혜를 허락하여 주셔서 말씀에 담긴 아름다운 보물을 캐는 일에서 기쁨을 누리고 그것을 나눔으로서 서로에게 덕을 끼치는 서부 교회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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