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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나눔] 사랑은 오래 참고 (고전 13:1-13)

말씀묵상
Author
lekayo
Date
2019-09-28 07:52
Views
935
아가의 마지막 장인 8장에서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묘사합니다. “사랑은 죽음 같이 강하고 질투는 스올 같이 잔인하며 불길 같이 일어나니 그 기세가 여호와의 불과 같으니라.” (아 8:6b) 사랑은 하나님의 완전하신 사랑을 닮아 있지만 또한 사랑은 질투와 나란히 서 있습니다. 사랑은 죽음과 같이 강하여 모든 것을 견디며 최후까지 남지만 질투는 불길 같이 타오르며 모든 것을 태웁니다. 이 둘은 매우 섬세한 선을 경계에 두고 하나는 오래 참음으로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을 소멸 시킴으로 나아갑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사도 바울은 사랑이 지니는 섬세한 경계들을 조명합니다. 모든 사랑은 불을 품지만 어떤 불은 사랑을 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불이 사랑을 품은 불인지 분별해야 합니다. 사랑을 품은 불은 열망하되 침입하지 않고 차이를 허용합니다. 사랑을 품지 않은 불은 모든 것을 태우며 차이를 소멸시키려 합니다.

가평 북한강 지류에서 열렸던 학생부 여름 수련회 때의 일입니다. 머리를 감으려고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새벽 바람은 서늘했고 강물 위로는 옅은 물안개가 피어 오릅니다. 큰 물새가 날고 흐릿한 산자락이 물빛에 흔들립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잠들어 있고 물은 차갑습니다. 물에 머리를 담그느라 거꾸로 바라보게 된 풍경은 더욱 낯설고 또한 완전합니다. 새벽이므로 고요하고 물소리 때문에 소란하며, 바람 때문에 서늘하고 안개 때문에 따뜻합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긴 세월을 견뎌왔을 어제의 그 몽롱한 풍경이 지금 이 순간 낯선 감각으로 예리하게 밀고 들어옵니다. 풍경 속에서 너무 완벽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은 또한 내가 그 풍경으로부터 동떨어져 있음을 아프게 느끼는 순간입니다. 그 풍경과 일치하기 위한 강한 욕망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그 풍경의 완벽함과 그 풍경을 바라보는 나와의 거리는 절대 좁혀질 수 없습니다. 그 풍경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모든 시도는 곧장 자기 파괴의 길로 치달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풍경은 떨어져 있음 - 즉, 풍경과 나와의 간격 - 을 뼈저리게 아파하는 것으로 견뎌내야 할 아름다움입니다. 그 간격을 유지하는 것, 풍경과 나와의 차이가 거기 그렇게 있음을 있는 그대로 두고 안타까워 하는 것, 그것이 그 아름다움에 대한 치열한 사랑을 견디는 올바른 방법입니다.

오늘 본문인 고린도전서 13장은 사랑을 이루기 위한 실천적인 행위들이나 행동 강령을 권면 하지 않습니다.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3절b) 바울은 실천의 극단적인 예를 보이면서 아무리 행하기 어려운 일을 한다고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밖의 다른 실천적인 덕목들도 그 중요성이 모두 부정되고 있습니다.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하거나 (1절) 예언을 하거나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거나 (2절)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주어도 (3절)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또한 사랑의 자세한 특징을 묘사하는 말들도 실천 강령과는 거리가 멉니다. 실천, 즉 무엇인가 나서서 일을 드러내거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뜻하는 말들을 나열하면서 이들을 사랑에 대해 적용할 때 모두 부정형을 사용합니다. “시기하지 - 아니하며,” “자랑하지 - 아니하며,” “교만하지 - 아니하며,” (4절) “무례히 행하지 -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 아니하며,” “성내지 -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 아니하며.” (5절) “불의를 기뻐하지 - 아니하며.” (6절) 반면, 사랑에 대해 직접적인 말로 풀어 쓸 때에는 대개 마음의 상태를 표현한 말들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오래 참고,” “온유하며,” (4절)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6절)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7절)

바울은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사랑의 특징들을 나열할 뿐 사랑을 구현하기 위하여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고 부추기지 않습니다. 8절 이하의 이어지는 단락에서는 이 점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사랑에 대한 탐구는 철저하게 하나님과 인간의 메울 수 없는 간격과 그 화해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는 노력에 봉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과 인간의 메울 수 없는 간격은 상반된 개념들로 쌍을 이루며 서로 대립하게 하는 대립항의 형식으로 제시됩니다. 폐하는 것/그치는 것과 떨어지지 아니하는 것, (8절) 부분적인 것과 온전한 것, (9-10절) 어렸을 때와 장성한 때, (11절) 그리고 거울로 보는 것과 얼굴을 맞대고 보는 것 (12절) 등과 같은 이항 대립항들은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하나님 간의 차이와 간격을 가리키고 강조하고 보강합니다. 나는 폐할 것들 사이에서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행하며 어린아이와 같이 생각하고 진리에 대해서는 거울로 보는 것과 같을 뿐이지만, 그러나 하나님은 그 모든 특성이 가리키는 방향의 반대편에서 사람이 결코 넘어갈 수 없는 분리의 강을 사이에 두고 그 건너 편에 위치하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완전한 사랑입니다. 그 사랑은 우리로 하여금 흠모의 마음을 품게 하고 그 일을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열망을 갖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경계를 넘어갈 수 없습니다. 그 간격을 함부로 넘어가는 일은 곧 불길처럼 모두를 태우는 일이 될 뿐입니다. 완벽히 아름다운 강의 풍경으로부터 떨어져 있음을 마음 깊이 새기는 일이 그 풍경에 대한 사랑을 견디는 올바른 방법이듯이, 하나님에 대한 사랑 또한 절대적으로 완전한 그 사랑으로부터 우리가 떨어져 있음을 정직하게 아파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입니다. 이 사랑은 우리가 스스로 규정하는 실천적 덕목들의 성취로 얻어지는 사랑이 아닙니다. 내가 옳은 일을 일만 번을 해도 완전한 사랑의 이념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습니다. 사랑은 오직 내가 아닌 것들을 드러냄으로서 - 우리 삶의 빈 자리를 드러냄으로서 - 그 완전한 이념에 닿을 수 있습니다. 자기를 부정함으로 오래 참는 것, 무엇을 주장하지 않음으로 온유한 것, 자기 욕망을 내놓고 시기하지 않는 것, 자기를 드러내어 자랑하지 않는 것, 나를 남보다 낫게 여기며 교만하지 아니한 것, 그리고 남에게 자기 기준을 강요하며 무례하게 굴지 않는 것, 나를 위한 유익을 구하지 않는 것 등은 우리 삶의 빈 자리를 드러내는 행위들입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주변으로 정의되기, 아닌 것이 되기, 용납하기, 지지하기, 양보하기, 자기를 부정하기, 그리고 무엇을 하지 않기 입니다. 하나님을 깊이 사랑할수록, 그리고 그 사랑을 닮아 이웃을 깊이 사랑하게 될수록 더욱 그 완전한 사랑의 이념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내 자신의 가난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한 가난 속에서 함부로 그 간격을 메꾸려 하지 않는 것, 오히려 그 간격을 유지하는 것, 풍경과 나와의 거리처럼 차이가 거기 그렇게 있음을 그대로 두고 안타까워 하는 것, 그것이 그 치열한 사랑을 견디는 올바른 방법입니다. 이것을 삶 속에서 더욱 깊이 헤아리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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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사랑의 하나님. 우리가 사랑할 때 떨어져 있는 것과 비어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함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각자의 사랑으로 행하는 일들이 오히려 스올같이 잔인한 힘으로 불길 같이 일어나 마침내 나와 가족과 이웃을 태워버릴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자녀에게, 아내에게, 남편에게, 부모와 형제에게, 또한 모든 이웃에게 함부로 완전함을 강요하지 말게 하시고, 하나님께서 비워 두신 그 자리를 우리 생각으로, 행동들로, 말로, 가치들로 채우려고 하지도 말게 하시옵소서. 오직 비어 있는 그 간격이 거기 있음을 겸손히 인정하는 그 아픔으로 우리의 매일을 채워 주시옵소서. 날마다 헐벗은 내면의 자리로 우리를 이끄시는 예수님 존귀하신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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